마트 계산대 앞에서 과자를 사달라며 드러누운 아이. 신발을 신기 싫다고 현관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 이런 장면 앞에서 마음이 복잡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화를 내자니 너무 세게 나가는 것 같고, 다 들어주자니 습관이 될까 걱정되고. 4세에서 5세 무렵 아이들은 자기 의지가 뚜렷해지면서 이런 상황이 부쩍 늘어나는 시기인데, 이때 부모가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감정 조절 능력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먼저 짧게 정리하면, 떼쓰는 행동 자체는 이 시기 발달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모습이고, 핵심은 아이의 감정은 받아주되 행동의 한계는 일관되게 지켜주는 방향이다. 아래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본다.
4세 5세 아이는 왜 떼를 쓸까
이 시기 아이들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어휘가 늘어나긴 하지만, 자기 감정을 정확히 설명하기엔 아직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배가 고픈 건지, 피곤한 건지,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 스스로도 잘 모를 때가 있다. 그래서 몸으로 표현하게 되는 거다.
또 하나는 자율성의 발달이다. “내가 할 거야”, “싫어”라는 말이 부쩍 늘어나는 건 아이가 독립적인 존재로 자라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에서 안내하는 영유아 건강검진 문진표에서도 이 시기에 “고집이 세졌는지”, “감정 표현이 격해졌는지” 같은 항목을 확인하는데, 그만큼 이 연령대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이라는 뜻이다.
다만 아이마다 기질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나이라도 떼의 강도나 빈도는 천차만별이다. 유독 격하거나 오래 지속되는 경우라면 발달 전문 기관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떼쓸 때 훈육, 어떤 원칙이 도움이 될까
소아과나 아동 발달 관련 공인 기관에서 일반적으로 권하는 방향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감정은 인정하고, 행동은 구분하기
“화가 났구나”라고 감정 자체를 먼저 알아주는 게 첫 단계다. 이걸 건너뛰고 바로 “그만해”, “안 돼”로 들어가면 아이는 자기 마음을 몰라준다고 느끼기 쉽다. 감정을 인정한 다음에 “그런데 물건을 던지는 건 안 돼”처럼 행동의 경계를 알려주는 흐름이다.
말로 하면 간단해 보이는데, 막상 아이가 소리를 지르고 있으면 이걸 차분하게 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완벽하게 못 하는 날도 있고, 그게 당연하다.
일관성 유지하기
어제는 안 된다고 했는데 오늘은 귀찮아서 들어주면, 아이 입장에서는 “더 세게 떼를 쓰면 되는구나”라는 학습이 될 수 있다. 규칙을 정했으면 가능한 한 같은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일반적인 권고다. 양육자가 여러 명일 때(조부모, 배우자 등) 기준이 서로 다르면 아이가 혼란을 느끼기 쉬우므로, 미리 큰 방향은 맞춰두는 편이 좋다.
선택지를 주기
“이거 해”, “저거 해”보다는 “빨간 옷이랑 파란 옷 중에 뭐 입을래?”처럼 제한된 범위 안에서 선택권을 주면 아이가 자기 결정을 존중받는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모든 상황에 통하는 건 아니지만, 옷 입기, 간식 고르기 같은 일상적인 장면에서는 꽤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떼쓰는 순간, 실제로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
원칙은 알겠는데 그래서 지금 당장 어떻게 하냐는 게 더 궁금할 수 있다. 상황별로 나눠보면 이런 흐름을 시도해 볼 수 있다.
- 안전 확인 — 아이가 자기 몸을 때리거나, 물건을 던지거나, 위험한 곳에 있다면 먼저 안전한 위치로 옮긴다.
- 잠깐 기다리기 — 감정이 폭발한 상태에서는 어떤 말도 잘 들어가지 않는다. 아이 곁에 있되, 감정이 조금 가라앉을 때까지 잠깐 기다려주는 게 나을 때가 있다.
- 눈높이를 맞추고 감정 반영 — 아이가 조금 진정되면 눈을 맞추고, “~하고 싶었는데 안 돼서 속상했구나”처럼 아이의 마음을 말로 대신 표현해 준다.
- 한계 설명 — 짧고 단순하게. “과자는 밥 먹고 하나만 먹기로 했지” 정도면 충분하다. 긴 설명은 이 나이에 잘 전달이 안 된다.
- 대안 제시 — “지금은 안 되는데, 대신 집에 가서 같이 ○○ 할까?”처럼 다른 방향을 제안해 본다.
이 순서가 매번 깔끔하게 진행되진 않는다. 공공장소에서 주변 시선이 신경 쓰일 때도 있고, 부모 자신이 컨디션이 안 좋은 날도 있다. 한두 번 잘 안 됐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고, 큰 방향만 기억해 두면 된다.
이런 대응은 피하는 게 좋다
흔히 하게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권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
- 소리로 제압하기 — 부모가 더 큰 소리를 내면 그 순간은 멈출 수 있지만, 아이도 “큰 소리를 내면 이기는 거구나”를 배우게 될 수 있다.
- 체벌 — 아동복지법상으로도 체벌은 금지되어 있고, 훈육 효과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결과가 더 많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 무시하고 자리 떠나기 — 잠깐 거리를 두는 것과 아이를 혼자 방에 두고 떠나버리는 건 다르다. 어린 아이에게 “버림받는 느낌”은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
- 협박성 말 — “그러면 엄마 간다”, “경찰 아저씨 부른다” 같은 말은 단기적으로 통하더라도, 아이의 신뢰감이나 안정감을 흔들 수 있는 방법이다.
완벽한 부모란 없고, 이 중 한두 가지 해본 경험이 있더라도 괜찮다. 중요한 건 앞으로의 방향이다.
자주 궁금해하는 점
Q. 떼쓰는 게 너무 심한데, 발달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대부분은 이 시기의 정상적인 발달 과정이다. 다만,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극심하게 반복되거나, 자해 행동이 보이거나, 또래와의 상호작용이 유독 어려운 경우에는 영유아 건강검진 결과를 참고해서 소아과 또는 발달 전문 기관에 상담해 보는 게 좋다.
Q. 공공장소에서 떼쓸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게 먼저다. 주변 시선 때문에 급하게 요구를 들어주면, 아이는 “밖에서 떼쓰면 다 들어준다”고 기억할 수 있다. 장소만 바꾸고, 집에서 하던 대로 대응하는 편이 낫다.
Q. 훈육은 몇 살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
“안 돼”라는 개념을 알려주는 건 돌 전후부터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본격적으로 이유를 설명하고 규칙을 이해시키는 훈육은 만 3세(한국 나이 4세) 이후부터 조금씩 가능해진다고 보는 편이다. 아이에 따라 차이가 크므로 성향을 보면서 조절하는 게 현실적이다.
Q. 아이 앞에서 부모가 화를 내버렸을 때는?
뒤늦게라도 “아까 엄마(아빠)가 너무 크게 말해서 미안해”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도움이 된다. 부모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고, 사과하는 모습 자체가 아이에게 감정을 다루는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발달·교육 정보를 정리한 글입니다. 아이마다 발달 속도와 성향이 다르므로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소아과 또는 발달 전문 기관에 상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도움받을 수 있는 곳:
- 영유아 건강검진 — 영유아 건강검진(생후 4개월부터 만 6세까지 무료로 받는 정기 검진) 결과에 따라 발달 정밀검사 연계 가능
- 육아종합지원센터 — 지자체별로 운영되며 양육 상담, 부모 교육 프로그램 이용 가능
-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 central.childcare.go.kr
- 보건복지상담센터: 국번없이 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