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을 때 ‘맘마’도 안 하고, 또래 아이는 ‘엄마 물’ 정도는 말한다는데 우리 아이는 고개만 까딱까딱. 영유아 건강검진(생후 4개월부터 만 6세까지 무료로 받는 정기 검진) 결과지에 ‘추적검사 권고’ 같은 문구가 적혀 있으면 마음이 덜컥 내려앉기도 합니다. 18개월 무렵은 아이마다 언어 발달 편차가 꽤 큰 시기이고, 아직 말이 적다고 해서 곧바로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 시기에 일상 속에서 말을 자극하는 경험을 자주 만들어 주는 것은 어떤 경우든 도움이 되는 방향이에요. 아이마다 상태와 발달이 다르므로, 구체적인 증상이나 케어 방법은 소아과 전문의와 상담하시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18개월 언어발달, 어디까지가 ‘느린’ 걸까
보건복지부에서 안내하는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18개월 즈음에 의미 있는 단어(엄마, 빠빠, 맘마 등)를 서너 개 이상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건 평균적인 흐름이지, 모든 아이가 이 범위 안에 들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말이 늦더라도 다음과 같은 모습이 보이면 언어를 ‘이해’하는 힘은 자라고 있다고 보는 편입니다.
- 이름을 부르면 돌아본다
- ‘안 돼’ ‘줘’ 같은 간단한 말에 반응한다
- 원하는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 눈을 맞추고,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반대로, 눈 맞춤이 거의 없거나 소리 자체에 반응이 적다면 소아과 또는 발달 전문 기관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언어 발달만 따로 보기보다는 전체적인 사회성·인지 발달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인 접근이에요.
말이 느린 아이에게 놀이가 도움이 되는 이유
18개월 아이에게 ‘자, 이제 말 연습하자’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이 시기 아이들은 놀이가 곧 생활이고 배움이니까요. 소아과에서 일반적으로 권하는 방향도 일상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말소리 노출을 늘리는 것입니다.
핵심은 ‘가르치는 것’보다 ‘같이 주고받는 것’에 가깝습니다. 아이가 무언가에 관심을 보일 때, 그 순간에 짧고 단순한 말을 얹어 주는 거예요. 이걸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는데, 실제로 해보면 의외로 어느 타이밍에 뭘 말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몇 가지 놀이 형태를 알아두면 편합니다.
집에서 바로 해볼 수 있는 언어발달 놀이 5가지
특별한 교구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집에 있는 것들로 충분해요.
1. 까꿍 놀이 — 변형 버전
수건으로 얼굴을 가렸다가 ‘까꿍!’ 하는 건 다들 해보셨을 텐데, 여기서 한 단계만 바꿔 봅니다. 수건 대신 작은 상자나 컵으로 장난감을 숨기고 ‘어디 갔지?’라고 물어본 뒤, 아이가 찾으면 ‘여기 있네!’ 하고 반응해 주세요. ‘어디?’ ‘여기!’ 같은 짧은 말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귀에 익게 됩니다.
2. 밥 먹을 때 실황 중계
놀이라기보다 습관에 가까운 건데, 효과가 꽤 큽니다. 아이에게 밥을 줄 때 ‘국 먹자’ ‘뜨거워, 후후’ ‘맛있지?’ 이렇게 지금 일어나는 일을 짧은 문장으로 말해 주는 거예요. 포인트는 한 번에 긴 문장을 늘어놓는 게 아니라, 두세 단어 정도의 짧은 말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3. 동물 소리 흉내 놀이
아이들이 보통 가장 먼저 따라 하는 말 중 하나가 동물 소리예요. 그림책이나 동물 인형을 보면서 ‘멍멍’ ‘야옹’ ‘음메’ 하고 과장되게 소리 내 보세요. 아이가 비슷하게 입 모양을 따라 하거나 웃기만 해도 괜찮습니다. 소리를 내려고 시도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단계거든요.
4. 공 주고받기
단순하지만 언어 자극이 숨어 있는 놀이입니다. 공을 굴리면서 ‘간다~’ ‘잡아!’ ‘또?’ 같은 말을 넣어 보세요. 특히 ‘또?’라고 물어보고 아이가 어떤 식으로든 반응(손짓, 소리, 고개 끄덕)을 보이면 바로 공을 굴려 주는 방식이 좋습니다. 이 주고받는 리듬이 대화의 기초 구조와 비슷합니다.
5. 노래와 율동
‘곰 세 마리’ ‘머리 어깨 무릎 발’ 같은 짧은 동요를 부르면서 몸을 함께 움직여 보세요. 노래의 마지막 단어 직전에 잠깐 멈추는 것도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머리~ 어깨~ 무릎~’ 하고 살짝 멈추면 아이가 ‘발!’을 채워 넣으려고 시도할 수 있어요. 안 해도 괜찮고, 그 시도 자체를 기다려 주는 게 중요합니다.
놀이할 때 기억하면 좋은 것들
몇 가지 흔히 놓치는 부분이 있어요.
-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세요. 아이가 바닥의 먼지를 보고 있는데 옆에서 그림책을 펼쳐 봤자 관심이 안 가는 게 당연합니다. 아이가 지금 보는 것, 만지는 것에 말을 붙여 주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 말을 ‘시키려고’ 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이거 뭐야? 말해 봐, 사과!’ 하는 식의 압박은 이 시기에 오히려 입을 닫게 만들기도 해요.
- TV나 영상은 일방적인 소리 자극이라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영상을 보여줄 때도 옆에서 같이 이야기해 주는 게 낫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놀이 시간이 꼭 길 필요는 없어요. 하루에 짧게 5~10분씩, 아이가 기분 좋은 타이밍에 하는 편이 억지로 30분 앉혀 놓는 것보다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언제 전문가 도움을 받아야 할까
놀이를 꾸준히 해봐도 24개월쯤까지 의미 있는 단어가 거의 나오지 않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는 전문 상담을 받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
영유아 건강검진에서 ‘심화평가 권고’를 받았다면 지자체 육아종합지원센터나 보건소에서 언어 발달 관련 검사를 연계해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검사를 받는다고 해서 바로 ‘문제’로 분류되는 건 아니고, 현재 아이의 위치를 파악하고 필요한 자극 방향을 안내받는 과정이에요.
조기에 살펴볼수록 아이에게 맞는 도움을 빨리 시작할 수 있으니, 고민이 된다면 미루기보다 가볍게 문의해 보시길 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18개월인데 ‘엄마’도 안 해요. 병원에 가봐야 하나요?
말 표현이 늦더라도 소리에 반응하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통하려는 모습이 있다면 조금 더 지켜볼 수 있는 범위인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마음이 쓰인다면 영유아 건강검진 시기에 소아과에서 상담해 보시면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Q. 언어 발달 놀이, 하루에 얼마나 해야 하나요?
정해진 시간이 있는 건 아닙니다. 특별히 시간을 내서 하는 것보다 밥 먹을 때, 기저귀 갈 때, 산책할 때 등 일상 곳곳에서 짧게 말을 걸어 주는 것이 현실적이고 지속하기도 좋습니다.
Q.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노출하면 말이 더 늦어질까요?
이중 언어 환경이 언어 발달을 지연시킨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확인된 사실이 아닙니다. 다만 아이에 따라 초기에 두 언어가 섞이면서 표현이 좀 느리게 보일 수 있고, 이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정리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통상적인 설명입니다. 우려가 크다면 전문 상담을 통해 확인해 보세요.
Q. 발달 검사는 어디서 받을 수 있나요?
영유아 건강검진 결과에 따라 발달 정밀검사를 연계받을 수 있고, 지자체 육아종합지원센터나 거주지 보건소에 문의하면 가까운 검사 기관을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발달·교육 정보를 정리한 글입니다. 아이마다 발달 속도와 성향이 다르므로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소아과 또는 발달 전문 기관에 상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도움받을 수 있는 곳:
- 영유아 발달 정밀검사 (영유아 건강검진 결과에 따라 연계)
- 육아종합지원센터 (지자체별 운영)
-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 central.childcare.go.kr
- 보건복지상담센터: 국번 없이 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