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열었는데 아이가 갑자기 젤리처럼 생긴 묵을 손으로 으깨기 시작한 적 있으시다면, 이미 감각놀이가 뭔지 체험한 셈이다. 미끌미끌한 촉감이 신기해서 한참을 주무르고 있는 아이를 보면, 비싼 교구가 없어도 오감은 충분히 자극된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런데 막상 ‘감각놀이를 해줘야지’ 하고 검색하면 재료 목록이 길어서 오히려 부담이 되기도 한다. 감각놀이 재료는 사실 부엌과 욕실에 이미 있는 것들로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오늘은 별도 구매 없이 집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해 본다.
감각놀이가 아이 발달에 어떤 도움이 되나
감각놀이는 말 그대로 시각·청각·촉각·후각·미각, 다섯 가지 감각을 고루 사용하는 놀이를 뜻한다. 아이들은 손으로 만지고, 냄새를 맡고, 소리를 들으면서 뇌로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
육아종합지원센터 등에서 안내하는 일반적인 설명에 따르면, 영유아기에 다양한 감각 경험을 쌓는 것이 소근육 발달이나 언어 확장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론 아이마다 상태와 발달이 다르므로, 구체적인 발달 관련 우려가 있다면 소아과 전문의와 상담하시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여기서 다루는 내용은 일상적인 놀이 수준의 이야기다.
꼭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괜찮다. 밀가루 반죽을 쥐었다 펴는 것, 얼음이 녹는 걸 관찰하는 것, 그런 소소한 활동 자체가 감각놀이다.
집에 있는 감각놀이 재료, 뭐가 있을까
특별한 걸 사러 나갈 필요가 없다. 부엌 찬장과 냉장고만 열어도 재료는 꽤 다양하다.
촉각 재료
- 밀가루, 전분(녹말가루) — 마른 상태에서 만지면 보슬보슬, 물을 조금 넣으면 끈적끈적. 전혀 다른 두 가지 촉감을 한 재료로 경험할 수 있다.
- 삶은 국수, 당면 — 미끄러운 감촉이 아이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은 편이다. 식용색소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시각 자극도 더해진다.
- 쌀, 콩, 팥 — 넓은 쟁반에 깔아두면 손으로 휘젓거나 컵으로 퍼담는 놀이가 가능하다.
시각·후각 재료
- 식용색소 + 물 — 투명한 페트병에 색깔 물을 넣고 흔들면 색이 섞이는 걸 눈으로 볼 수 있다.
- 레몬 껍질, 바나나 껍질, 커피 찌꺼기 — 냄새 맡기 놀이에 활용. 눈을 가리고 무슨 냄새인지 맞히는 식으로 하면 후각과 언어 표현을 동시에 연습하게 된다.
청각 재료
- 빈 페트병 + 쌀(또는 콩, 단추) — 뚜껑을 단단히 닫고 흔들면 간단한 악기가 된다. 쌀과 콩은 소리가 다르다. 그 차이를 아이와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 냄비 뚜껑, 나무 주걱 — 두드리는 놀이. 소리가 크니 층간소음이 걱정되면 수건을 한 장 깔아두면 좀 낫다.
재료를 나열해 놓고 보면 어렵지 않다. 대부분 이미 집에 있는 것들이다.
연령대별로 어떻게 놀아주면 좋을까
아이 나이에 따라 같은 재료라도 활용 방식이 달라진다. 아래는 일반적인 방향이지, 아이 성향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0~1세 무렵
이 시기에는 무엇이든 입으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밀가루나 삶은 국수처럼 입에 넣어도 비교적 안전한 식재료 위주가 편하다. 지퍼백에 물과 식용색소, 작은 단추 몇 개를 넣고 밀봉하면 손으로 눌러보는 촉각 놀이가 된다. 지퍼백이 열리지 않도록 테이프로 한 번 더 감아두면 마음이 좀 놓인다.
2~3세 무렵
손으로 주무르고 찢고 뭉치는 활동이 활발해지는 때다. 밀가루 반죽에 식용유를 약간 섞으면 찰기가 생겨서 모양 만들기가 수월하다. 쌀 쟁반 위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숟가락으로 퍼서 그릇에 옮기는 놀이도 이 나이대에서 잘 먹히는 편이다.
4세 이상
조금 더 복잡한 과정을 즐길 수 있다. 전분 + 물로 만드는 이른바 ‘우블렉(oobleck)’은 힘을 주면 딱딱해지고 놓으면 흐르는 성질이 있어서, 과학 놀이와 감각놀이를 동시에 할 수 있다. 전분과 물을 대략 2:1 비율로 섞으면 되는데, 정확한 비율보다는 아이가 직접 물을 조금씩 더 넣어보면서 농도를 조절하는 과정 자체가 놀이가 된다.
감각놀이 할 때 주의하면 좋은 점
놀이 자체는 단순한데, 몇 가지 미리 챙기면 뒤처리가 훨씬 편하다.
- 바닥에 비닐이나 돗자리 깔기 — 청소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신문지도 괜찮다.
- 아이가 입에 넣을 수 있는 나이라면 식재료 위주로 선택하고, 단추나 구슬 같은 작은 물건은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 식용색소를 쓸 경우 옷에 물이 들 수 있으니, 안 입는 옷이나 앞치마를 입히면 마음이 편하다.
- 놀이 후 손을 꼼꼼히 씻기는 습관을 들이면 위생적으로도 좋고, ‘놀이 시작-끝’의 구분을 아이가 자연스럽게 배우기도 한다.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라면 밀가루 대신 쌀가루를 쓰는 방법도 있다. 아이에게 특정 식재료 알레르기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면 소량으로 먼저 피부 반응을 살피거나, 소아과에 확인해 보는 편이 좋다.
더 다양한 감각놀이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집에서 하는 놀이에도 한계가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참고할 만한 곳이 몇 군데 있다.
- 지자체별로 운영하는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연령별 놀이 프로그램을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거주 지역 센터 일정을 확인해 보면 감각놀이 관련 수업이 열리기도 한다.
-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central.childcare.go.kr) 홈페이지에서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놀이 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
- 가까운 도서관 영유아 코너에도 감각놀이 관련 그림책이나 부모용 활동 안내서가 비치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비싼 교구 세트를 사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냉장고 속 재료 하나, 부엌 서랍 속 도구 하나만으로도 아이는 충분히 신나게 탐색한다. 아이가 재료를 만졌을 때 표정이 어떻게 바뀌는지 지켜보는 것, 그 자체가 이 놀이의 가장 큰 보람 아닐까 싶다.
이 글은 일반적인 발달·교육 정보를 정리한 글입니다. 아이마다 발달 속도와 성향이 다르므로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소아과 또는 발달 전문 기관에 상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도움받을 수 있는 곳:
- 영유아 발달 정밀검사 (영유아 건강검진 결과에 따라 안내)
- 육아종합지원센터 (지자체별 운영)
-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 central.childcar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