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같은 또래 아이들이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이는 왜 자꾸 혼자 구석에 서 있을까 싶을 때가 있습니다. 또는 반대로 친구 장난감을 빼앗거나 순서를 기다리지 못해서 자꾸 실랑이가 생기는 경우도 있고요. 만 5세 즈음이면 또래 관계가 눈에 띄게 활발해지는 시기인데, 그만큼 부딪히는 일도 많아지기 마련입니다. 5세 사회성 발달은 어른이 ‘가르치는’ 것보다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하면서 익혀 가는 부분이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은 또래 관계를 도와주는 놀이 몇 가지를 정리해 봤습니다.
만 5세 사회성, 이 시기에 어떤 변화가 생기나
아이마다 발달 속도와 성향이 다르므로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통상적으로 만 4~5세가 되면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 조금씩 보이는 편입니다.
- 혼자 노는 ‘병행놀이’ 단계에서 벗어나 친구와 역할을 나누는 놀이가 가능해지기 시작합니다.
- “나도 할래”, “내 차례야” 같은 말을 하면서 규칙이라는 개념을 어렴풋이 이해합니다.
- 친구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능력이 자라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물론 아직 서툴러서 갈등이 잦을 수 있어요.
- “짝꿍”, “단짝” 같은 개념이 생기면서 특정 친구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가 아직 뚜렷하지 않더라도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또래와의 상호작용이 거의 없거나 극도로 위축되어 있다면 영유아 건강검진(생후 4개월부터 만 6세까지 무료로 받는 정기 검진) 결과를 참고하거나 소아과 또는 발달 전문 기관에 한번 상담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또래 관계 도와주는 놀이, 어떤 것들이 있을까
거창하게 준비할 필요 없이 집이나 놀이터에서 바로 해볼 수 있는 놀이들입니다. 핵심은 다른 사람과 함께 무언가를 해내는 경험을 쌓아 주는 것이에요.
1. 역할놀이 (소꿉놀이, 병원놀이, 가게놀이)
이 시기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 중 하나입니다. “네가 의사 하고, 나는 환자 할게” 같은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 양보, 대화 순서 기다리기를 연습하게 됩니다.
부모가 처음에 같이 참여해서 “그럼 저는 손님이요, 뭘 주문하면 될까요?” 하고 모델링을 보여주면 아이가 친구와 놀 때도 비슷한 패턴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 아이가 특정 역할만 고집한다고 해서 억지로 바꾸라고 다그치기보다는 “다음엔 바꿔서 해볼까?” 정도로 제안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2. 함께 완성하는 블록·만들기 놀이
블록이나 찰흙, 종이 상자 같은 재료로 “둘이서 하나를 같이 만드는” 미션을 주는 방식입니다. “우리 같이 큰 성 만들어 볼까?” 하고 시작하면, 누가 어디를 쌓을지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오갑니다.
이 과정에서 “내가 다 할 거야!” 하는 순간이 꼭 옵니다. 그때가 오히려 사회성 연습의 좋은 기회예요. “친구도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물어보면 아이 스스로 답을 찾아보려고 시도하기도 합니다.
3. 간단한 규칙이 있는 보드게임·카드놀이
만 5세가 되면 아주 간단한 규칙의 게임을 이해할 수 있는 아이가 많습니다. 순서를 기다리고, 이기고 지는 경험을 해보고, 규칙을 지키는 연습이 되지요.
졌을 때 우는 건 이 나이에 아주 흔한 반응입니다. “지면 속상하지. 나도 그럴 때 있어. 다음에 다시 해보자” 정도로 감정을 인정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되는 편입니다. 이기고 지는 것보다 “같이 즐겁게 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면 좋습니다.
4. 몸을 쓰는 협동 놀이
큰 보자기를 여럿이 잡고 그 위에서 공을 굴린다거나, 둘이 등을 맞대고 앉았다가 동시에 일어서기 같은 놀이입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고, 상대방과 호흡을 맞춰야 성공하는 구조라서 자연스럽게 협력하는 감각이 생깁니다.
특별한 도구 없이도 할 수 있어요. 신문지 위에 둘이 올라서서 접어 나가며 버티기, 손을 잡고 한 발로 균형 잡기 같은 것도 웃음이 많이 나오면서 가까워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5. 감정 이름 붙이기 놀이
그림책이나 그림 카드를 보면서 “이 친구는 지금 어떤 기분일까?”라고 물어보는 놀이입니다. 기쁘다, 슬프다, 화났다 같은 감정 단어를 알고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또래와 갈등이 생겼을 때 “나 화났어”라고 말로 표현하는 능력이 조금씩 늘어납니다.
표정을 흉내 내며 서로 맞히는 식으로 해도 재미있고, 일상에서 아이가 감정을 보일 때 “지금 속상한 거구나”라고 이름을 붙여 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놀이할 때 부모가 챙기면 좋은 점 몇 가지
아이들끼리 노는 걸 지켜보다 보면 개입하고 싶은 순간이 자주 옵니다. 몇 가지 참고할 점을 정리했습니다.
- 싸움이 날 때 바로 심판하지 않기. “무슨 일이야?” 하고 양쪽 이야기를 들어본 뒤, 아이들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아보게 기다려 주는 것이 권장되는 편입니다. 물론 때리거나 위험한 상황이면 즉시 개입해야 합니다.
- “양보해”, “착하게 놀아”라는 말보다는 “친구가 지금 어떤 기분인 것 같아?”라고 물어보는 쪽이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 사교적인 아이, 조용한 아이 모두 각자의 방식이 있습니다. 친구가 많아야만 사회성이 좋은 건 아니에요. 소수의 친구와 깊이 어울리는 것도 충분히 건강한 또래 관계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전문가 상담을 고려해 볼 수 있어요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나아지는 경우가 많지만, 아래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발달 상담을 한번 받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 또래에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눈 맞춤도 피하는 경우
- 극단적으로 공격적인 행동(물기, 때리기 등)이 수개월째 줄지 않는 경우
-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반복적으로 같은 문제가 보고되는 경우
- 언어 발달이 또래에 비해 많이 느려 의사소통 자체가 어려운 경우
아이마다 상태와 발달이 다르므로, 구체적인 행동 패턴이 걱정될 때는 소아과 전문의나 발달 전문 기관과 상담하시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영유아 건강검진에서 발달 선별검사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를 가지고 상담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5세인데 아직 혼자 놀기를 좋아해요. 사회성이 부족한 걸까요?
혼자 놀기를 즐기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 성향에 따라 혼자 집중하는 놀이를 선호하는 아이도 있어요. 다만 또래와 어울릴 기회 자체가 적은 건 아닌지 환경을 한번 살펴보고, 또래와 함께하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Q. 놀이 중에 매번 져서 울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 시기에는 승패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아직 어려운 게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속상하지”라고 감정을 먼저 받아 준 뒤, 이기고 지는 것보다 함께 노는 즐거움에 초점을 맞춰 주면 점차 나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어린이집에서 친구를 자꾸 밀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말로 자기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기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에 몸으로 먼저 반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집에서 감정 단어를 연습하고, “밀지 말고 ‘싫어’라고 말해 봐”와 같이 대안 행동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지속된다면 담임 선생님과 함께 방법을 찾아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Q. 사회성 발달 놀이는 꼭 또래 친구가 있어야 하나요?
부모나 형제와 먼저 연습해 보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가정에서 역할놀이, 감정 이름 붙이기 같은 놀이를 해보고, 그 경험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또래와 만날 때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발달·교육 정보를 정리한 글입니다. 아이마다 발달 속도와 성향이 다르므로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소아과 또는 발달 전문 기관에 상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도움받을 수 있는 곳:
- 영유아 발달 정밀검사 (영유아 건강검진 결과에 따라)
- 육아종합지원센터 (지자체별 운영)
-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 central.childcar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