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반복되는 장면이 있다. 아이가 혼자 양말을 신겠다고 끙끙거리는데, 시간은 촉박하고 손이 근질거린다. 결국 “엄마가 해줄게, 빨리” 하고 신겨주고 나면, 아이 표정이 살짝 풀이 죽어 있다. 또 어떤 날은 그림을 그려서 보여주는데, 습관처럼 “잘했어!”라고 했더니 아이가 별 반응 없이 돌아선다. 칭찬을 했는데 왜 시큰둥할까. 아이 자존감 높이는 부모 말습관이라는 게 대체 어떤 건지, 칭찬도 방법이 따로 있는 건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먼저 간단히 정리하면, 아이의 자존감은 부모가 특별한 프로그램을 사용하느냐보다 일상에서 반복되는 말투와 반응 방식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결과를 칭찬하기보다 과정에 주목하는 말, 아이의 감정을 먼저 읽어주는 말이 자존감의 토대가 되는 편이다.
자존감이란 건 뭘까, 아이한테 왜 중요할까
자존감이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막상 정의를 내리려면 좀 모호하다. 간단히 말하면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스스로 느끼는 감각이다. 이게 어른들 이야기 같지만, 영유아기부터 이 감각의 씨앗이 만들어진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아이마다 발달 속도와 성향이 다르므로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통상적으로 만 2~3세 무렵부터 아이는 “내가 했어!”라는 성취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부모가 어떤 말로 반응해 주느냐가 자기 인식의 기초를 만드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또래 비교가 시작되면서 자존감이 흔들리기 쉬운 시기가 오기도 하는데, 그 전에 가정에서 쌓인 경험이 일종의 완충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다.
아이 자존감 높이는 부모 말습관, 핵심 원칙 세 가지
거창한 이론보다 일상에서 바로 써볼 수 있는 원칙 위주로 정리해 본다.
1.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말해 주기
“잘했어!”는 편하고 자주 쓰게 되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만 반복하면, 아이가 결과가 좋을 때만 인정받는다고 느낄 수 있다. 대신 아이가 뭘 했는지 구체적으로 짚어주면 반응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 “색깔을 여러 개 골라서 칠했구나, 고르는 데 시간이 걸렸겠다” — 노력의 과정에 주목
- “블록이 자꾸 무너졌는데 다시 쌓았네” — 실패 후 재시도를 인정
- “혼자 신발 신어 봤구나” — 결과(잘 신었느냐)가 아니라 시도 자체를 언급
처음에는 입에 안 붙어서 어색할 수 있다. 그래도 며칠 의식적으로 해보면 점점 자연스러워진다.
2. 감정을 먼저 읽어주기
아이가 울거나 화를 낼 때, “울지 마”, “그게 뭐라고 화내” 같은 말이 반사적으로 나오기 쉽다. 그런데 감정 자체를 부정당하면 아이는 자기 감정이 틀렸다고 느낄 수 있다.
“속상했구나”, “그래서 화가 났구나”처럼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진정되는 속도가 빨라지는 경험을 하는 부모가 꽤 있다. 감정을 인정해 준다고 해서 잘못된 행동까지 허용하라는 뜻은 아니다. “속상한 건 알겠는데, 던지는 건 안 돼” 이렇게 감정은 수용하고 행동은 구분해 주면 된다.
3. 비교 대신 어제의 아이와 견주기
“형은 그 나이 때 벌써 했는데”, “옆집 아이는 한글 다 뗐대”. 이런 말이 아이 귀에는 “넌 부족해”로 들릴 수 있다. 비교 대상을 바꿔서, 아이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주면 효과가 다르다.
“지난달에는 이 글자 어려워했는데 지금은 읽네” — 이런 식이다. 아이 스스로 성장을 체감하게 해주는 방식이다.
의외로 자존감을 깎는 부모 말습관
칭찬만큼이나, 무심코 하는 말이 미치는 영향도 크다. 몇 가지 흔한 패턴을 정리해 본다.
- 조건부 사랑의 뉘앙스 — “○○ 잘하면 엄마가 좋아해줄게”, “말 안 들으면 엄마 가버린다”. 아이가 사랑받는 조건이 있다고 느끼게 만들 수 있다.
- 능력 자체를 부정하는 표현 — “넌 왜 맨날 이 모양이니”, “그것도 못 하냐”. 일시적인 실수가 아니라 자기 존재가 문제라고 받아들이기 쉽다.
- 공개적인 지적 — 다른 어른이나 아이들 앞에서 실수를 이야기하는 것. 특히 초등 저학년 이후에는 자존심이 크게 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부모도 사람이라 피곤하고 화날 때 이런 말이 튀어나올 수 있다. 중요한 건 “한 번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런 말을 했을 때 나중에라도 “아까 엄마가 심하게 말했지, 미안해”라고 복구해 주는 것이다. 이 복구 과정 자체가 아이한테는 의미 있는 경험이 된다.
칭찬할 때 자주 헷갈리는 부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 때문에, 칭찬을 많이 하면 무조건 좋은 줄 알기 쉽다. 그런데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과한 칭찬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와, 천재 아니야?”, “우리 아이가 최고!” 같은 말을 계속 들으면 아이가 실패를 두려워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높은 평가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 것이다.
또 하나, 결과만 칭찬하면 쉬운 것만 하려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 어려운 걸 시도했다가 잘 못하면 칭찬을 못 받으니까. 그래서 “시도한 것 자체”를 인정해 주는 게 장기적으로는 더 도움이 되는 편이다.
아이가 “나 잘했어?”라고 자꾸 물어본다면, 매번 “잘했어”로 답하기보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되물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자기 스스로 평가하는 힘을 키워주는 연습이 된다.
도움받을 수 있는 곳
말습관을 바꿔보려 해도, 부모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이나 스트레스 때문에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혼자 안 될 때는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 각 지역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부모 상담,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별로 내용이 다르니 거주지 센터에 문의해 보는 게 좋다.
- 아이의 자존감 저하가 심하거나, 또래 관계에서 위축이 뚜렷하다면 소아과 또는 아동 상담 전문 기관에서 발달 상담을 받아보는 것을 권하는 편이다.
- 영유아 건강검진(생후 4개월부터 만 6세까지 무료로 받는 정기 검진) 항목에 발달 선별 검사가 포함되어 있으니, 검진 시 정서·사회성 부분도 함께 확인해 볼 수 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발달·교육 정보를 정리한 글입니다. 아이마다 발달 속도와 성향이 다르므로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소아과 또는 발달 전문 기관에 상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 영유아 발달 정밀검사 (영유아 건강검진 결과에 따라)
- 육아종합지원센터 (지자체별 운영)
-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 central.childcare.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