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 옆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한다. 같이 놀자고 해도 고개를 돌리고, 장난감을 빼앗기면 울기만 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 ‘우리 아이 사회성이 부족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칠 때가 있다. 그런데 36개월 이전 아이들은 또래와 어울려 노는 것 자체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시기라, 혼자 놀거나 옆에서 나란히 노는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경우가 많다. 그래도 집에서 간단한 놀이를 통해 사회성의 씨앗을 심어줄 수 있는 방법은 분명 있다.
36개월 이전 사회성 발달, 어디쯤 와 있는 시기일까
사회성이라고 하면 흔히 친구와 사이좋게 노는 모습을 떠올리는데, 영유아 시기의 사회성은 그보다 훨씬 기초적인 단계에서 시작된다. 눈을 맞추는 것, 표정을 따라 하는 것, 누군가의 반응에 웃는 것. 이런 작은 상호작용이 모여서 나중에 또래 관계의 바탕이 된다.
통상적으로 알려진 흐름을 간략하게 보면 이렇다.
- 생후 6~12개월쯤 — 양육자의 표정을 살피고, 까꿍 같은 반복 놀이에 반응하기 시작하는 시기
- 12~18개월쯤 — 다른 사람에게 물건을 건네주거나, 관심 있는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여주는 행동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음
- 18~24개월쯤 — 다른 아이 옆에서 각자 노는 ‘병행 놀이’를 하거나, 간단한 역할 흉내(전화 받는 척 등)를 시도
- 24~36개월쯤 — 짧은 시간이나마 다른 아이와 주고받는 놀이가 조금씩 가능해지기 시작
물론 아이마다 발달 속도와 기질 차이가 크다. 위 시기보다 느리다고 해서 곧바로 문제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아이마다 상태와 발달이 다르므로 구체적인 발달 상황이 걱정된다면 소아과 전문의와 상담하시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집에서 바로 해볼 수 있는 사회성 발달 놀이
거창한 교구가 필요한 게 아니다. 아이와 마주 앉아서 몇 분이면 충분한 놀이들이 오히려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까꿍 놀이와 표정 따라 하기 (6개월 전후부터)
까꿍은 단순해 보여도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경험이 신뢰감 형성과 연결된다고 알려져 있다.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가 다양한 표정으로 나타나 보자. 웃는 얼굴, 놀란 얼굴, 슬픈 얼굴. 아이가 표정을 따라 하려고 시도하면 그 자체가 감정을 읽는 연습이 된다.
물건 주고받기 놀이 (12개월 전후부터)
공이나 블록을 아이에게 건네주고, “엄마한테 줄래?” 하고 손을 내민다. 주고받는 행위 자체가 사회적 상호작용의 가장 기본 형태다. 처음에는 안 줄 수도 있고, 던질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고마워!” 하고 반응해 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주면 좋은 반응이 돌아온다’는 걸 조금씩 익힌다.
인형이나 봉제 동물로 역할 놀이 (18개월 전후부터)
곰 인형에게 밥을 먹이는 척, 이불을 덮어주는 척. 이런 돌봄 흉내 놀이는 타인의 감정과 필요를 상상해 보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아이가 인형을 두드려 재우면 “곰이 잠이 왔나 봐, 고마워” 하고 상황에 이름을 붙여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간단한 차례 지키기 놀이 (24개월 전후부터)
탑 쌓기를 할 때 “하나는 엄마, 하나는 ○○이” 하며 번갈아 올려 보는 식이다. 공 굴리기도 마찬가지. 내 차례와 상대 차례가 있다는 개념을 놀이 안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다. 처음에는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하려는 게 당연하니까, 안 된다고 제지하기보다 반복적으로 흐름을 보여주는 편이 낫다.
함께 노래 부르며 몸 움직이기
“머리 어깨 무릎 발” 같은 율동 놀이는 다른 사람의 동작을 관찰하고 따라 하는 연습이 된다. 어린이집이나 문화센터에서 하는 활동 중 상당수가 이 원리를 활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집에서 양육자와 마주 보고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놀이할 때 기억해 두면 좋은 것들
몇 가지 흔히 헷갈리는 부분을 정리해 봤다.
아이가 관심을 안 보이면? 놀이를 강요하면 오히려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 양육자가 혼자 인형 놀이를 하면서 재미있어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가 슬슬 다가오는 경우도 많다. ‘보여주되 기다린다’는 마음가짐이 도움이 되는 편이다.
또래 아이와 잘 안 어울린다고 해서 조급해할 필요도 없다. 36개월 이전에는 또래끼리 진짜 ‘함께’ 노는 것 자체가 발달적으로 어려운 시기다. 옆에서 각자 노는 것도 사회성 발달 과정의 한 단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놀이 시간이 꼭 길어야 하는 건 아니다. 하루에 5~10분이라도 아이와 눈을 맞추고 반응을 주고받는 시간이 꾸준히 쌓이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사회성 자극이 된다.
이런 모습이 보이면 전문가 상담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대부분은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 안에 있지만, 아래와 같은 경우에는 영유아 건강검진(생후 4개월부터 만 6세까지 무료로 받는 정기 검진) 결과를 참고하거나 소아과 상담을 한번 받아보는 것이 마음 편할 수 있다.
- 12개월이 지나도 양육자와 눈 맞춤이 거의 없는 경우
- 18개월쯤 되어도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보여주는 행동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경우
- 24개월이 지나도 다른 사람의 존재에 관심을 거의 보이지 않는 경우
- 이전에 하던 사회적 행동(웃기, 손 흔들기 등)이 갑자기 사라진 경우
이런 신호가 있다고 해서 바로 특정 진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조기에 확인하면 필요한 지원을 빨리 받을 수 있으니, 망설여진다면 가까운 소아과나 육아종합지원센터에 문의해 보는 게 좋다.
자주 묻는 질문
Q. 어린이집에 보내야 사회성이 발달하나요?
어린이집이 또래 경험의 기회를 주는 건 맞지만, 꼭 어린이집에 다녀야만 사회성이 발달하는 건 아니다. 가정에서 양육자와의 안정적인 상호작용도 사회성의 중요한 토대가 된다. 아이의 기질과 가정 상황에 따라 판단하면 된다.
Q. 사회성 발달 놀이, 몇 개월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특별한 시작 시점이 정해져 있다기보다, 아이가 양육자의 얼굴을 바라보고 반응하기 시작하는 시기(통상 생후 2~3개월쯤)부터 자연스럽게 시작할 수 있다. 까꿍이나 표정 놀이처럼 간단한 것부터 해보면 된다.
Q. 아이가 장난감을 나누지 않으려고 하는데 괜찮은 건가요?
36개월 이전에는 ‘소유’ 개념이 강하고 나누는 개념 자체가 발달적으로 아직 어려운 시기인 경우가 많다. 억지로 나누게 하기보다, 놀이 상황에서 “하나는 ○○이 거, 하나는 친구 거” 하고 자연스럽게 경험을 쌓아 주는 방식이 도움이 되는 편이다.
Q. 영유아 건강검진에서 사회성 관련 확인도 하나요?
영유아 건강검진에는 발달 선별검사가 포함되어 있어서, 사회성과 관련된 항목도 함께 확인하게 된다. 검진 결과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나오면 발달 정밀검사를 안내받을 수 있다. 검진 일정과 절차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발달·교육 정보를 정리한 글입니다. 아이마다 발달 속도와 성향이 다르므로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소아과 또는 발달 전문 기관에 상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 영유아 발달 정밀검사 — 영유아 건강검진 결과에 따라 안내
- 육아종합지원센터 — 지자체별 운영
-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 central.childcar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