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을 때 숟가락을 가리키며 뭔가 말하려는 것 같은데, 소리만 나오고 단어가 안 된다. 또래 아이가 ‘엄마’, ‘아빠’를 또박또박 말하는 걸 보면 괜히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한다. 18개월쯤 되면 주변에서 “우리 애는 벌써 이런 말도 해” 같은 이야기가 슬슬 들리기 시작하는 시기라, 우리 아이만 느린 건 아닌지 자꾸 검색창을 열게 된다.
먼저 짧게 정리하자면, 18개월 아기의 언어발달 속도는 아이마다 편차가 상당히 크고, 말이 조금 느리다고 해서 곧바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언어 자극을 늘려주는 놀이를 해보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고, 걱정이 계속된다면 영유아 건강검진이나 소아과 상담을 통해 확인해 보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18개월 아기 말이 느리다는 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걸까
아이마다 발달 속도와 성향이 다르므로, 구체적인 증상이나 케어 방법은 소아과 전문의와 상담하시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이 점을 먼저 기억해 두고 읽어 주시면 좋겠다.
보건복지부에서 안내하는 영유아 건강검진 항목을 보면, 18개월 전후 시기에는 의미 있는 단어를 몇 개 정도 사용하는지, 간단한 지시를 이해하는지 등을 살펴보게 된다. 그런데 이 기준이 칼같이 정해져 있다기보다는 범위가 넓은 편이다. 어떤 아이는 12개월에 이미 ‘맘마’를 정확히 말하고, 어떤 아이는 20개월이 넘어서야 본격적으로 단어가 터지기도 한다.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더라도 부모의 말을 알아듣고 반응하는지가 중요한 관찰 포인트라는 이야기를 소아과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공 가져와” 했을 때 공을 향해 움직이거나, “안 돼” 했을 때 동작을 멈추는 것처럼 수용 언어(듣고 이해하는 능력)가 작동하고 있다면, 표현 언어(말로 내뱉는 것)는 조금 뒤에 따라오는 경우도 흔하다.
언어 자극 놀이, 왜 일상에서 하는 게 좋을까
거창한 교구나 특별한 프로그램이 꼭 필요하지 않다. 18개월 무렵 아이에게 가장 강력한 언어 자극은 사실 ‘부모의 목소리’다. 아이가 하루 중 가장 오래 듣는 소리가 부모 목소리이고, 그 소리가 특정 상황·사물과 반복적으로 연결될 때 아이 머릿속에서 언어가 자리 잡아 가는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말이 늦는 원인이 청력 문제나 다른 발달 영역의 어려움일 수도 있기 때문에 놀이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는 범위에서의 개인차라면, 풍부한 언어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이 모이는 편이다.
집에서 바로 해볼 수 있는 언어 자극 놀이 5가지
아래 놀이들은 특별한 준비물 없이, 혹은 집에 있는 물건만으로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아이 성향에 따라 반응이 다를 수 있으니, 억지로 시키기보다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것부터 가볍게 시작해 보는 게 좋다.
1. 실황 중계 놀이
아이가 하고 있는 행동을 그대로 말로 따라가는 방법이다. 블록을 쌓으면 “쌓았네! 위로 올라갔다”, 물을 마시면 “물 마시는구나, 꿀꺽꿀꺽” 이런 식이다. 포인트는 아이의 시선과 행동에 맞춰서 짧은 문장을 반복하는 것. 아이가 지금 집중하고 있는 것에 언어를 입혀 주는 셈이라 연결이 자연스럽다.
2. 선택지 주기
“뭐 먹을래?”보다 “바나나 먹을까, 사과 먹을까?” 하고 두 가지를 보여주며 물어본다. 아이가 손으로 가리키거나 몸을 기울이면 “사과! 사과 먹자” 하고 단어를 또렷하게 한 번 더 말해 준다. 말로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다. 선택하는 행위 자체가 소통의 연습이 되고, 부모가 반복해 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입력된다.
3. 의성어·의태어 놀이
18개월 아이에게 의성어와 의태어는 일종의 마법 단어다. ‘멍멍’, ‘야옹’, ‘빵빵’, ‘데굴데굴’ 같은 소리는 짧고 리듬감이 있어서 아이가 따라 하기 쉽다. 그림책을 보면서 “강아지가 멍멍!” 해도 좋고, 장난감 자동차를 굴리면서 “부릉부릉~” 해도 좋다. 아이가 비슷한 소리를 내면 크게 반응해 주는 게 중요하다. “맞아, 멍멍이지!” 하는 식으로.
4. 까꿍·숨바꼭질 변형
까꿍 놀이가 좀 시시해진 나이라면, 작은 인형이나 공을 수건 아래 숨기고 “어디 갔지? 없다~” 한 뒤 찾으면 “있다!” 하고 말해 본다. ‘없다-있다’, ‘여기-저기’ 같은 대비되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반복하게 된다. 아이가 스스로 숨기고 싶어 하면 역할을 바꿔서 부모가 “어디 있을까~” 하고 찾는 척해 주면 된다.
5. 노래·율동 반복
짧은 동요를 매일 같은 상황에서 반복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손 씻을 때 항상 같은 노래, 기저귀 갈 때 항상 같은 노래. 이렇게 상황과 소리가 묶이면 아이가 특정 상황에서 그 노래의 일부를 흥얼거리거나 제스처를 따라 하기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완벽한 가사가 아니어도, 멜로디 일부라도 따라 하려는 시도 자체가 언어 발달의 한 과정이다.
놀이할 때 피하면 좋은 것들
몇 가지 흔한 실수 아닌 실수가 있다.
- “이거 뭐야? 말해 봐”를 반복하는 것 — 아이 입장에서는 시험받는 느낌이 될 수 있다. 아이가 말하고 싶을 때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기다려 주는 게 낫다.
- 아이가 불완전하게 발음한 것을 고쳐 주려 하는 것 — “아니, ‘물’이야, ‘물’!” 하기보다는 “응, 물 줄까?” 하고 자연스럽게 올바른 발음을 들려주는 편이 좋다고 일반적으로 권하는 방향이다.
- 영상에만 의존하는 것 — 영상 자체가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자극보다는 부모와 주고받는 상호작용이 언어 발달에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전문가 상담을 고려해 보자
말이 느린 것이 단순한 개인차인지,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인지는 부모가 집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소아과나 발달 전문 기관에 한 번 상담해 보는 것을 권하는 편이다.
- 18개월이 지났는데 의미 있는 단어가 거의 없고, 부모의 간단한 지시(예: “앉아”, “이리 와”)에도 반응이 잘 없는 경우
- 눈 맞춤이 잘 되지 않거나, 이름을 불러도 잘 돌아보지 않는 경우
- 이전에 나오던 옹알이나 단어가 갑자기 사라진 경우
- 큰 소리에 반응이 없는 등 청력이 걱정되는 경우
영유아 건강검진(생후 4개월부터 만 6세까지 무료로 받는 정기 검진)을 아직 받지 않았다면 일정에 맞춰 받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검진 결과에 따라 발달 정밀검사가 필요한 경우 안내를 받을 수 있고, 비용 지원이 되는 경우도 있다.
조급한 마음이 들 때마다 한 발짝 물러서서, 아이가 오늘 새로 보여준 작은 변화에 집중해 보면 좋겠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 손가락으로 뭔가를 가리키는 것, “음~” 하고 소리를 내는 것. 이런 것들이 모두 말하기 전 단계의 소통이다. 그 소통에 부모가 반응해 줄 때, 아이는 자기 목소리를 내볼 용기를 조금씩 모아간다.
이 글은 일반적인 발달·교육 정보를 정리한 글입니다. 아이마다 발달 속도와 성향이 다르므로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소아과 또는 발달 전문 기관에 상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도움받을 수 있는 곳:
- 영유아 건강검진 — 검진 결과에 따라 발달 정밀검사 연계 가능
- 육아종합지원센터 — 지자체별 운영, 발달 상담 및 부모 교육 프로그램 제공
-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 central.childcare.go.kr
- 보건복지상담센터: 국번없이 129
자주 묻는 질문
Q. 18개월 아기가 단어를 하나도 안 하면 문제인가요?
말을 하나도 하지 않더라도 부모의 말을 이해하고 반응하는지가 중요한 관찰 포인트다. 수용 언어가 잘 발달하고 있다면 표현이 늦게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걱정이 된다면 영유아 건강검진이나 소아과 상담을 통해 확인해 보는 것이 안전하다.
Q. 언어 자극 놀이는 하루에 얼마나 해야 하나요?
정해진 시간이 있다기보다는, 밥 먹을 때·기저귀 갈 때·산책할 때 같은 일상 속에서 수시로 말을 걸어 주는 것이 핵심이다. 따로 ‘놀이 시간’을 잡아야 한다는 부담보다는, 이미 하고 있는 활동에 말을 얹는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Q. 한국어와 영어를 같이 들려주면 말이 더 늦나요?
이중 언어 환경이 말을 늦추는 원인이 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아이에 따라 두 언어를 정리하는 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가정 내 언어 환경이 고민된다면 소아과나 언어 발달 전문가에게 상담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Q. 말이 늦은 아이에게 영상 콘텐츠가 도움이 되나요?
교육용 영상이라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보고 듣기만 하는 자극은, 부모와 주고받는 상호작용에 비해 언어 발달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영상을 완전히 차단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영상 시청 시간보다 부모와 함께하는 놀이·대화 시간을 우선으로 두는 편이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방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