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녀온 아이에게 ‘오늘 누구랑 놀았어?’ 물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이 늘 ‘아무도…’라면, 가슴이 철렁할 수밖에 없다. 쉬는 시간에 혼자 앉아 있었다는 이야기, 짝꿍이 말을 안 걸어준다는 이야기. 듣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교실에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런데 막상 뭘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는 막막하다. 친구를 사귀는 건 아이가 스스로 해야 할 일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자니 마음이 놓이지 않고. 초등학생 시기 친구 관계 어려움은 생각보다 흔하고, 집에서 놀이와 대화를 통해 사회성을 키우는 방법이 분명히 있다.
왜 초등학생 시기에 친구 관계가 유독 어려워질까
유치원까지는 선생님이 놀이를 주도하고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쉬는 시간 10분 동안 아이들 스스로 친구를 찾아 놀아야 하고, 모둠 활동에서 의견 충돌도 생긴다. 갑자기 ‘관계’라는 게 아이 몫이 되는 셈이다.
이 시기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아이마다 다를 수 있다.
- 자기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게 아직 서툰 경우
- 상대방 기분을 읽는 연습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 새로운 환경 자체가 낯설어 위축되는 경우
- 놀이 규칙이나 차례 지키기가 어려운 경우
중요한 건, 이런 모습이 보인다고 해서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사회성이라는 건 타고나는 부분도 있지만, 경험을 통해 조금씩 늘어가는 기술에 가깝다. 어른도 새 직장에서 첫 한 달이 어색한 것처럼, 아이들도 시간이 필요하다.
집에서 해볼 수 있는 사회성 키우는 놀이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된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놀이 몇 가지가 오히려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역할 놀이 (상황극)
아이와 함께 학교에서 있을 법한 상황을 연기해보는 거다. 예를 들어, ‘쉬는 시간에 같이 놀고 싶은 친구에게 말 걸기’ 같은 장면. 부모가 친구 역할을 해주면 된다. 처음엔 좀 쑥스러워할 수 있는데, 인형이나 피규어를 활용하면 한결 편해진다.
이 놀이가 좋은 이유는 실제로 말을 꺼내보는 연습이 되기 때문이다. ‘나도 같이 해도 돼?’라는 한 마디를 집에서 여러 번 해보면, 학교에서 실제로 입 밖으로 꺼내기가 조금은 쉬워질 수 있다.
보드게임·카드게임
규칙을 지키고, 지는 걸 받아들이고, 상대 차례를 기다리는 것. 이 세 가지가 또래 관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기술인데, 보드게임 한 판에 이게 전부 들어있다. 이길 때의 기쁨, 질 때의 아쉬움을 안전한 집에서 먼저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특정 제품을 추천하기보다는, 아이 연령에 맞는 난이도인지, 2인 이상 플레이가 가능한지 정도를 기준으로 골라보면 된다.
협동형 미션 놀이
경쟁이 아니라 함께 목표를 달성하는 놀이도 좋다. 제한 시간 안에 같이 블록 탑 쌓기, 함께 그림 이어 그리기 같은 것들. ‘같이 하니까 더 재밌다’는 경험이 쌓이면, 친구와 어울리는 것 자체가 즐겁다는 감각이 생긴다.
대화법이 달라지면 아이 반응도 달라진다
사실 놀이만큼 중요한 게, 매일 나누는 대화다. 아이가 친구 관계로 속상해할 때 부모가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아이가 느끼는 게 꽤 다르다.
피하면 좋은 말
- ‘네가 먼저 말 걸어봐’ — 방법을 모르는 아이에겐 막막한 지시가 될 수 있다
- ‘그 정도는 신경 쓰지 마’ — 아이 입장에서는 자기 감정이 무시당한 느낌
- ‘왜 친구가 없어?’ — 원인을 아이 탓으로 돌리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대신 해볼 수 있는 말
- ‘그랬구나, 속상했겠다.’ — 감정을 먼저 알아주기
- ‘어떤 점이 제일 힘들었어?’ —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게 열어두기
- ‘다음에 그런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같이 생각해볼까?’ — 해결책을 함께 찾기
핵심은 아이 감정에 먼저 공감한 뒤, 방법을 같이 고민하는 순서다. 순서가 바뀌면 아이는 잔소리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매일 물어보지 않아도 된다. 아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낼 때 충분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사회성, 어디까지가 자연스러운 발달이고 언제 도움을 받아야 할까
초등 저학년 시기에 친구 관계가 불안정한 건 사실 매우 흔한 일이다. 1학년 때 절친이었던 친구와 2학년 때 멀어지기도 하고, 학기 초엔 외톨이처럼 보이다가 2학기에 갑자기 단짝이 생기기도 한다. 아이들의 관계는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유동적이다.
다만, 다음과 같은 경우라면 전문 상담을 고려해보는 게 좋을 수 있다.
- 6개월 이상 또래와의 관계에서 지속적으로 위축되거나 고립되어 있을 때
- 학교 가기를 심하게 거부하거나 신체 증상(두통, 복통 등)이 반복될 때
- 감정 조절이 또래에 비해 눈에 띄게 어려워 보일 때
- 또래 관계 외에도 발달 전반에 걸쳐 걱정되는 부분이 있을 때
아이마다 발달 속도와 성향이 다르므로, ‘이런 모습이면 무조건 문제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부모 직감이 ‘좀 다른 것 같다’고 느껴진다면, 소아과나 발달 전문 상담 기관에서 한 번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 마음도 놓이고 방향도 잡힌다.
자주 궁금해하는 것들
Q. 사회성이 부족한 건 부모 탓인가요?
A. 사회성은 타고난 기질, 환경, 경험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부모의 양육 방식도 한 가지 요소일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결정되는 건 아니다. 자책보다는 ‘지금부터 어떤 경험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Q. 사회성 관련 프로그램이나 수업을 따로 보내야 할까요?
A. 지자체 육아종합지원센터나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또래 관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프로그램은 소규모로 진행되어 아이가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편이다. 다만 아이 성향에 따라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아이와 먼저 이야기해보고 결정하는 게 좋다.
Q. 학교 상담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해도 되나요?
A. 물론이다. 초등학교에 배치된 상담 선생님이나 담임 선생님과 소통하는 것은 아이의 학교생활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학교에서 보이는 모습과 집에서 보이는 모습이 다른 경우도 많기 때문에, 양쪽 정보를 함께 보면 더 정확한 그림이 그려진다.
Q. 내성적인 아이도 사회성을 키울 수 있나요?
A. 사회성이 좋다는 게 친구가 많다는 의미는 아니다. 소수의 친구와 깊은 관계를 맺는 것도 충분히 건강한 사회성이다. 내성적인 아이에게 ‘더 적극적으로 해’라고 몰아붙이기보다, 아이가 편안하게 느끼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편이 좋다.
이 글은 일반적인 발달·교육 정보를 정리한 글입니다. 아이마다 발달 속도와 성향이 다르므로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소아과 또는 발달 전문 기관에 상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도움받을 수 있는 곳:
- 영유아 건강검진 결과에 따른 발달 정밀검사
- 육아종합지원센터 (지자체별 운영)
-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 central.childcare.go.kr
- Wee센터 (교육부 학생 상담 지원): 거주지 교육지원청 문의